감히 Stevie Wonder


주의! 사진도 노래도 없는 참 심심한 포스팅입니다.




1

 
 한 뮤지션의 진정성이 이해되는 데 수년에서 수십년의 세월이 걸리고는 한다.
(오랜 시간 속에 삭혀지고 나서야, 우리는 '(보편적)명반'이라는 작위를 수여한다.) 
평단과 대중이 보내는 갖은 의혹과 의심의 눈초리를 헤치고 굳건한 반석 위에
음악적 진정성의 결실을 올려 놓기까지, 이미 발표한 음악에 대해 부수적 해명이란
있을 수 없기에, (발표된 작품은 하나의 텍스트로써 살벌한 평가, 해석의 장에
놓여지게 된다. 이미 발표된 이상 보완과 수정의 여지는 있을 수 없다.)  음악을
만드는 동안의 시간(자기 통제 하)보다는, 음악을 내놓고 난 이후의 시간(자기 통제 바깥)
이 더 큰 시련기라고 할 수 있다.


2
 
 황금의 70년대를 보낸 'Stevie Wonder(스티비 원더)'에게 80년대는 바로 그런
시련의 시간이었다. 그가 1980년에 발매한 ‘Hotter Than July'를 시작으로,
평단은 그에게 '작품성의 퇴보에 반비례하는 상업성 추구'라는 전형적인
상업성 담론을 공고히 한다. 바로 이전의 작품인 'Songs In The Key Of Life'가
워낙 대작이었기에 상대적으로 스케일이 빈약했고, 무엇보다도 (의도하든
그렇지 않았든)눈에 띄는 작품적 혁신 없이 상업적 위치는 그대로 고수하는
'매너리즘'의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이전과 다른 음악적
시도와 사회적 아젠다의 제시가 존재했다.(Stevie Wonder의 앨범 릴리즈에
있어서 그때 그때의 사회적 문제를 명확하게 혹은 풍자적으로나마 짚어주는
것은 크게 평가할 만한 예술가적 과업이다.) 다만 80년대에는 이것이 쉽게
드러나지 못했고, 특히 사회적 아젠다의 경우 대중들은 그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Stevie Wonder라면 응당 이래야지.' 라고 하며 당연시 했을 뿐이다. (70년대에
비해 80년대는 흑인 민중들의 삶이 그나마 덜 각박스러웠기 때문에도 그럴 것이다.
그들의 관심은 '생존' 자체에서 그 주변부로 점차 옮겨졌다. Stevie Wonder의
사회적 메세지 또한 그들 관심의 주변부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으리라.)

 이후 싱글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의 흥행과 앨범 'In Square
Circle'의 타이틀 곡 'Parttime Lover'의 흥행 등이 계속 이어지면서 상업적
담론은 점점 고착되어 버렸다. 결국 80년대 앨범들은 그를 일개 팝 스타의 지위로
끌어내렸고, 앨범 속에 내재된 진정성의 요소들은 철저히 무시되게 된다. 평단의
아젠다 설정은 무비판적으로 대중에 그대로 전이되었고, 이는 늘 혁신과
진보의 방향을 취했던 Stevie Wonder에게 자신의 음악적 잠재력을 스스로
잠식하게 만드는 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3
 
 이렇게 단순히 '흔한 팝'으로만 인식되었던 Stevie Wonder의 80년대 음악들이
그 진정성을 인정받아야 할 이유는 이후 팝 시장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82년
'Michael Jackson(마이클 잭슨)'의 'Thriller' 앨범의 대흥행 이후 흑인음악의
쇼비지니스적인 영향력은 엄청난 수준으로 성장했고, 미국은 물론 영국, 유럽
팝 음악계의 상당 부분을 흑인음악 장르가 차지해 나가게 된다. 수요에 맞추어
외양은 그런데로 구축되었는데, 중요한 것은 그 내용물이었다. 음악이란 선형적인
전수 과정을 통해 이어지는 것이므로, 흑인음악적인 팝의 실현에 있어서 참고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전 시기의 흑인음악이었다. 여기서 양적, 질적인 욕구의 충족을
위해 뮤지션들 사이에서 주목된 것이 바로 Stevie Wonder가 이미 구축해 놓았던
다양한 아이디어와 콘텐츠의 흑인음악들과 그 방법론이었다. 

 Stevie Wonder는 이미 70년대 'Songs In The Key Of Life'와 같은 앨범에서
가스펠, 재즈, 소울, 훵크 등의 흑인음악의 기본 영역은 물론 클래식, 락과 같은
요소들까지 다양한 방향으로 컨버전시켜 높은 완성도의 곡들을 선보였었다. 이후
80년대의 앨범들은 그에 대한 심화와 보완의 방향을 띠었는데, 이것이 바로
상업성 담론에 가려져 주목되지 못한 부분이다. 물론 이러한 거시적인 장르의
컨버전은 이미 이전 'Beatles(비틀즈)'에 의해 역사적 완성을 거친 아이디어다.
하지만 80년대 이후 흑인음악을 팝 메인스트림의 중심에서 구사하게 된 뮤지션들에게
Beatles보다는 Stevie Wonder가 다져놓은 '지반'이 더 실용적이고 가치있게
다가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도 음악업계에서 'Stevie Wonder를 표방하는
누구누구...'라는 수사는 통하지 않는가! 개 중 김건모가 I Just Called Say I Love
You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Superstition까지 우려 먹은 것은 심하게 엇나간
방향이겠지만 말이다.)


4
 
 이렇듯 Stevie Wonder의 80년대는 70년대 음악 활동의 연장선에서 분명 음악사적
업적을 구축한 시기다. 물론 앨범 하나하나, 싱글 하나하나가 가지는 혁신성의
질량으로 상대적인 비교를 한다면, 80년대의 작품들은 그 혁신성에 있어 현저히
부족하다. 그러나 한 뮤지션의 진정성에 대한 의지의 표현을 ①'천재성이 깃든
순간 순간의 단발적인 것'으로만 볼 것이냐, 아니면 ②'작품에 대한 진득한 끈기의
과정으로써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냐의 관점에서 따져 볼 때, ②의
입장에서 Stevie Wonder의 80년대는 분명 가치를 지닌다. (참고로 ①의 입장은
Stevie Wonder의 '천재적이었던' 70년대를 가리킨다.) ①과 ②, 이 둘의 가치는 동등하다.  

 거장은 서둘러야 할 때(샘솟는 천재적 영감을 당최 주체 못 할 때)와 진득해야 할 때
(지긋이 심화와 보완을 거듭 추구해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안다. 급히 달려가야 할 때와
천천히 걸으며 숨을 고를 때를 아는 것이다. Stevie Wonder의 70년대와 80년대가 각각
그랬다. 아마도 이것이 진정한 Music Of Mind*가 아닐까?



* : 70년대 초 Stevie Wonder의 작가주의 시대를 연 앨범이자 전성기의 시작.

by moslow | 2009/08/26 20:07 | Guitar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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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이재광 at 2009/11/07 17:13
아주 멋진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특히나 마지막 문단은 정말이지 실로 명쾌한 답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들리겠습니다.^^

Commented by moslow at 2009/12/04 14:46
옙. 감사합니다~. 80년대 이후의 프로그래밍 주도의 팝-튠들이 참 좋게 들리는 요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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