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 그리고 시바

 '마이클 잭슨'은 파괴의 신 '시바'의 환생을 수행하고 다시 돌아갔다. 엥? 무슨 얘기냐고?

  

#1. 파괴의 신 '시바'


파괴의 신 '시바', 그는 우리시대
미디어 속에
서 그려지는 '절대악'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바'는 우리에게 '파괴의 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춤과 음악을 관장하고, 고행자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신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생소하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은, 시바의 '파괴'가 단순히 단절과 종말만을 일으키는 '폐쇄적이고 부정적인 파괴'에만 국한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단순히 보기에 '파괴'란 '절대악의 전지전능한 권능' 쯤으로 보여진다. 지난 세기 전쟁 속에서, 또한 지금의 미디어(괴수영화, 스릴러 소설 등등)를 통해서 우리는 절대악의 파괴행위를 너무나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그들에 의해 파괴가 이루어진 세상에는 잿빛 공허함만이 남고, 일말의 희망을 부여잡고 일어선 '선한자'들의 복수 역시도 결국 공허함만을 남길 뿐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파괴란, 결국 공허함만을 남기는 무의미한 가치일 뿐이다.

 그런데, 파괴의 본래 의미는 사실 그렇지 않다. 파괴 자체는 목적이 될 수 없으며, 단지 (재)창조를 위한 수단으로 기능할 뿐이다. 시대가 재창조를 원할 때, 이를 위해 누군가 파괴행위를 수행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역량과 고민과 책임을 요구한다. 겉으로 보여지는 파괴의 권능은 사실 그만큼 수반되는 고통의 다른 모습이다. (시바의 성품은 매우 광폭하다고 한다. 이는 단지 파괴행위가 격렬하기에 그런 것이라기 보다는, 자기 고통에 대한, 신으로써도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일종의 '히스테리'라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결국 시바는, 세상을 부수고 무너뜨리는 신이 아니라, 세상을 끊임없이 진일보시키는 막중한 임무를 지닌 신인 것이다. 그를 '우주 최고의 원리'라고 칭한 힌두교의 교리는, 단순히 시바가 우주 최고의 파괴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인 '파괴와 창조'의 임무를 수행하기에 '우주 최고의 원리'라고 칭하는 것이다.

 

#2. 마이클 잭슨

 그렇다면 마이클 잭슨이 시바랑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뭐 그의 엄청난 음악적 영향력은 다소 비슷한 맥락에 있다마는...


마이클 잭슨 '드릴러'의 25주년 기념 재발매반 커버. 또한
드릴러
뮤직 비디오의 컨셉이기도 한데, 이제 보니 뭔가 '인도'스러운 것이,
시바와 마이클 잭슨의 연관성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마이클 잭슨은 20세기 대중음악사의 정점에서 살짝 빗겨난 위치에 서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점은 바로 '비틀즈'다. 대중의 열광을 주 동력으로 하는 '팝'의 패러다임을 정의했고, 음악적으로도 지난날의 유러피안트래디쇼널(우리말로 '클래식') 중심의 패러다임을 통쾌하게 전복시키며, 전위적 예술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들이 내려 박은 음악적 뿌리는 수많은 갈래의 가지 확장을 일으켜 지금 대중음악의 수많은 장르와 씬이 존재하게끔 만들었다.

 그에 비하면 마이클 잭슨은 시기적으로나 음악적 역량에 있어서나 한발짝씩 뒤에 서있다. 그럼에도 마이클 잭슨이 중요한 것은, 마치 시바처럼 파괴행위의 업보를 지니고 일생동안 '팝'의 패러다임을 세상 온 전역에 깊숙이 스며들게 만든 것이다. 그에 비하면 비틀즈는 단지 팝의 골격과 이정표만을 제시했을 뿐이다. 기 창조된 세계(by 비틀즈)에 대하여 다시금 창조와 파괴를 수행(by 마이클 잭슨)하는 것이 바로 시바의 임무다.

 마이클 잭슨의 최고작 'Thriller(드릴러)'는 단발의 일시적 파괴가 아닌, 이후의 연쇄적인 파괴를 수행했다. 당시 주류였던 영미 팝씬을 양분하던 흑/백 감성의 융합, 작업방식에 있어 시퀀싱으로의 일대 변혁, MTV 출범 이후 비쥬얼 중심의 세련된 쇼 비즈니스의 구축, 일렉트로닉 부기 댄스의 창궐과 초 전염병적 확산(이는 지금 '동방신기'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아주 질긴 그 무엇.)... 이렇듯 지금의 팝씬에서도 여전히 유효한(아니, 절대적인!) 패러다임들이 모두 마이클 잭슨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고, 또한 이전의 전통을 과감히 깨 부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마이클 잭슨의 이러한 파괴행위는 시바가 가진 10개의 손과도 맥을 같이한다. 마이클 잭슨이 영향을 끼친 영역은 단지 팝 뿐만이 아니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여가, 인권, 패션, 정치 등 매우 다양한데, 이는 시바가 가진 10개의 손으로 상징되는 접근의 다양성과 맥을 같이한다. 다양한 접근을 통한 영역의 융합(비쥬얼과 소리를 세련되게 합쳐낸 것이 마이클 잭슨의 가장 큰 업적이 아닐까?)은 다시 분화와 확장을 이끌어내었고, 이는 결국 파괴와 창조의 순환구조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전까지 팝은 단순히 듣고 즐기는 무언가에 불과했던 반면, 마이클 잭슨 이후부터 팝은 듣고 즐기는 것에 더해서 따라하고 자신의 생활 속에 놓아둘 수 있는 것으로 그 기능이 확장되게 된다. 한 예로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 센세이션을 살펴보자. 대중들은 단지 문워크를 보고 즐기는 것에만 만족했는가? 아니면 그것을 일상 속에서 따라하며 새롭게 자신만의 문워크로 창조하는데 또한 관심을 쏟았는가? 작가 '롤랑 바르트'는 '저자의 죽음'에서 원작을 끊임없이 보고 모방함으로써, 결국 새로운 아마추어적 창조를 수행해내는 독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수준높은 이데아적 원작(예: 문워크), 그리고 그에 대한 대중의 모방과 재해석, 이어지는 또다른 창조(이는 아마도 이후 팝씬의 장르 분화와 확장을 의미할 것이다.)... 바로 마이클 잭슨 이후의 팝씬에서 가능하게 된 일이다.


이데아적인 원본의 구축과 그에 대한 모방, 그리고 새로
운 것들의 탄
생...바로 진화의 패러다임이다. (공연 중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 시연.)

 

#3. 나가며...

 예전에 '드릴러'를 처음 들었을 때, 촌스러운 음색과 단순한 리듬 반복에 코웃음을 쳤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 '동방신기'에서부터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팝씬의 조무래기들이 남긴 음악들을 듣고 보니까, 그가 제시했던 '팝 이데아'의 엄청난 텍스트적 가치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물론 아직 그 위대함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ㅠㅠ)

 또한, 동시에 느끼게 된 것은 그 이면에 무수히 존재했을 고뇌와 번민이다. 신이 아닌 인간으로써 이데아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을 필요로 하는 작업일테니 말이다.(천재들은 무조건 쉽게 쉽게 뚝닥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이는 사실 엘리트 기득권 층을 빛내려는 미디어 이데올로기의 폐해다.)

 시바는 파괴의 신이며, 춤과 음악을 관장하고, 고행자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마이클 잭슨은 정신적 공허함으로 찌들었던 20세기에 재림했던 시바의 환생체는 아니었을까? 그는 끊임없이 팝씬과 대중사회를 파괴(및 재창조)했으며, 가히 초월적인 춤과 음악의 족적을 남겼다. 이는 정신적 고행을 겪으며 혼란한 근대시기를 살아가던 우리들에게 베푼, 어떤 감성적 은혜였으리라.


아이돌로 밥벌어먹고 사는 너희들,.. 마이클 잭슨 엉아가 기
축해
놓은 팝 패러다임과 그 밥벌이 구조때문에 너네도 존재하는거야.
고마운 줄 알어 이거뜨라~

 

ps. 그를 신으로 미화시킬 의도는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비유와 표현의 언어 중에서, 과연 지금 '신'이라는 미사여구를 진정 적용할만한 대중음악계 인사는 누가 있겠는가 하고 생각해 보면 쵸큼 수긍이 가리라고 생각 된다. 아. 근데 정말 그는 God of Electronic Boogie Dance다. 이전에 그런거 없었고, 지금도 없다. 최근 천국에 '춤의 신' 자리가 공석이 났다는데, 아마도 그래서 급히 인사발령 받고 떠난 것일지도 모른다. ㅠㅠ




마이클 잭슨 = 시바. 아마도 그래서 인도와 잘 어울리는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롤랑 바르트를 통해서 발리우드의 대안적 가능성을 엿본다.

by moslow | 2009/08/14 18:59 | Guitar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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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정도현 at 2009/08/19 11:38
와 씨바 존나 굉장한 포스팅이에요. 모슬로님.
Commented by moslow at 2009/08/25 23:28
쵸큼 억측이겠지만, 마이클 잭슨에 대한 보편적 평가에 보완적인 관점이 되었으면 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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